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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분리발주는 ‘특혜’아닌 ‘상식과 준법’의 문제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12.22 00:00 조회수 265

수은주가 30도에 육박하던 지난 8월 23일. 청주시청 앞으로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국전기공사협회 충청북도회(이하 충북도회) 회원들이었다. 1630억원 규모의 신청사 건설 과정에서 청주시가 전기 공사 분리 발주 의무를 따르지 않고, 전기·통신·소방 등의 공사를 하나로 묶어 발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 2주간 푯말 시위를 벌인 것이다.

그동안 분리 발주의 법적 근거, 정당성을 꾸준히 설명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제자리걸음이다. 무엇보다 민간도 아닌 공공 영역에서 전기공사업법에 버젓이 명시된 분리 발주 의무를 무력화하려 드니 개탄스럽다.
송나라 학자 유청지가 아이들용 유학 교재로 쓴 ‘소학(小學)’에는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이라는 말이 나온다. 

“내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 정부도 안 지키는 분리 발주를 민간이 얼마나 지킬까. 어느새 분리 발주는 ‘아무도 안 하는 힘들고 귀찮은 일’이 돼 버렸다.

반면 ‘중소기업제품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의 경우 지자체가 중소기업 제품을 구매하도록 규정됨에 따라 잘 지켜지고 있다.
공공 구매 제도는 지자체 등이 일정 비율만큼 의무적으로 중소기업 물품을 구매하는 제도인데, 그 배경으로는 상생(相生) 같은 거창한 단어를 올릴 수도 있겠다. 가장 정확하면서 현실적인 건, 이와 같은 중소기업의 판로 개척·지원이다.

자영업자 700만명 시대에 공공 조달 시장은 일정한 ‘부의 재분배’ 역할을 수행한다. 그런데 분리발주의 경우 지자체가 먼저 법을 무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재검토 명령으로 신청사 착공이 중단된 지금도 정정 공고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리 발주는 애초 중요 대상이 아니었던 셈이다. 그 사이 지역 전기 공사 업체들은 생존 위협을 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청주시청 때문에 너무 힘들다”며 울분을 토했다.

청주시의 대응은 한국환경공단과 크게 비교된다. 공단은 지난 10월 8일 ‘파주시 환경순환센터 현대화 사업’ 입찰 공고를 내면서 가스 공급 시설, 열병합 발전 설비 등 주된 공정과는 별도로 전기 공사를 분리 발주했다. 설계 시공을 일괄 입찰하는 턴키 방식이었음에도 전기 공사 발주를 구분하는 모범을 보였다. 공단의 분리 발주는 전기 공사 업계에 무슨 특혜를 베푼 게 아니다. 그저 법에 명시된 의무를 지켰을 뿐이다. 그런데 당연한 일을 한 게 이례적으로 느껴진다.

전기공사업계의 안타까운 현주소다. 분리 발주 건너뛰기가 ‘관례’라는 핑계로 일상화한 탓이 가장 크겠다. 이래서는 ‘K-전기’도 ‘K-전기 공사’도 기대할 수 없다.
다행히 조금씩 변화도 감지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9월 한국전기공사협회와 상생 협력 간담회에서 분리 발주 강화 및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서울시의회 김수규 의원은 지난 11월 정례회 교육위원회 예산 심사에서 교육부가 추진하는 BTL 사업 내 전기 공사 부분의 분리 발주 검토를 요청했다. 사불범정(邪不犯正). 바르지 못한 것이 바른 것을 범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는 세상의 기본 이치다. ‘법과 제도’로 규정한 분리발주를 따르지 않는 이들도 결국은 분리발주의 의무에 따르게 될 것이라 굳게 믿는다. 업계의 전사적 노력에 꿈쩍 않던 공기관들도 움직이고 있다. 모두에게 분리 발주란 ‘예외’가 아닌 ‘상식’으로 통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기대해본다.

한국전기산업연구원 김상진 부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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