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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설비 철거공사, 적임업체가 시공해야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1.08.06 10:05 조회수 80

태양광설비 철거공사, 적임업체가 시공해야

전기설비인데 건축물 철거업체가 시공
감전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
일부 지자체, 설비 이해도 낮아
안전사고 막을 법‧제도 마련 시급

위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 태양광 발전용 인버터 생산업체에 근무하는 A씨는 제품 수리 담당자다. 경북의 대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에 문제가 생기자 현장에 도착, 인버터 패널의 입력 콘덴서가 문제임을 발견했다. 그는 인버터 내부 차단기 3개를 모두 내린 뒤 고장난 콘덴서를 철거했다. 그 뒤 신품 콘덴서 설치를 위해 패널에 손을 뻗는 순간 외마디 비명과 함께 앞으로 고꾸라졌다. 무더운 날씨에 태양광 모듈에서 자동으로 생산된 전력이 발전용 인버터로 흐른 것이다. 그 순간 A씨가 다루던 태양광발전설비는 죽은 전류가 아닌 살아 있는 전류가 흐르게 된 위험한 설비가 됐다.

# 일본 후나바시시 소방국 소속 소방관 B씨는 폐기된 태양광 패널에서 발생한 화재를 진압하다가 감전사고를 당했다. 폐기된 후 방치된 태양광 패널이 햇빛을 받아 자동으로 전력을 생산한 것이다. 소방관들은 더 이상 가동하지 않는 시설인 만큼 감전 위험을 배제하고 진압 작업을 펼치다 변을 당했다. 이후 일본 정부가 21개 지자체를 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지자체가 가동 중지된 태양광 패널의 감전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태양광 패널을 그대로 둔 곳도 6곳이나 됐다. 위험을 방치한 셈이다.
 
태양광발전설비의 생애주기 만료가 도래하면서 철거 공사의 안전사고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태양광설비는 발전 특성상 햇빛만 비춘다면 철거 직전에도 전력을 생산한다. 이 때문에 전기공사 전문가가 철거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전문성이 떨어지는 기업도 철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서는 발주처의 태양광설비 이해도 부족에서 나오는 이러한 사례가 자칫 인명피해를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재생에너지 발전업계는 태양광 패널의 최적 사용 수명을 20년 전후로 예측한다. 사용 수명은 30년까지도 문제없지만 사용 환경, 관리 및 유지보수 등을 고려해 최적의 사용 효율 기간은 통상 20년 정도로 본다. 국내 태양광 발전의 효시인 FIT제도가 지난 2001년 시작됐으니 올해 딱 20년이 됐다. 이전까지는 철거 수요가 적었지만 앞으로 관련 공사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문제는 안전이다. 태양광발전설비는 일반 건축물의 전기시설물과 달리 수용가로 인입되는 전기를 차단한 후에도 패널에서는 전기가 생산된다. 구조상 햇빛이 드는 환경이라면 자동으로 전기를 만드는 셈이다. 전기공사 전문가가 아닌 경우 감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이유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태양광설비 철거 공사를 전기가 흐르고 있는 ‘활선상태’의 발전시설을 철거하는 작업으로 판단한다.

물론 전기가 흐르더라도 전압의 크기가 사람에게 위험이 되지 않을 정도라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국내 전기설비 관련 최신 기술규정인 KEC(한국전기설비규정)에서는 인체에 위험을 초래하지 않을 정도의 전압을 특별저압으로 규정하는데 그 범위를 DC(직류) 150V 이하로 제한한다. 반면 태양광설비의 발전전압의 크기는 인버터 입력전압과 연계되는데 현재 시중에는 지난 1월 KEC가 개정되면서 입력전압 1500V 수준의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 자칫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갈 수 있을 정도의 전압이다.

다행히 발전 공기업사들은 태양광설비 철거 공사를 발주할 때 전기공사업면허 또는 관련 실적을 요구하는 편이다. 하지만 지자체나 기타 발주처들은 엉뚱한 공사업 면허를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례로 강원도의 한 지자체는 지난 2018년 태양광전지(모듈) 철거 및 설치공사를 발주하면서 입찰 참여 조건으로 비계구조물 해체공사업 면허를 요구했다. 한 사회복지관련 국가기관 역시 지난 2020년 태양광발전소 설비 철거 및 폐기물 처리 공사를 발주하며 비계구조물 해체공사업 면허를 요구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설비 철거공사가 전기공사라는 것을 명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일부 발주처들이 이를 일반 건축물 철거로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비계구조물 해체공사업 면허는 건설산업기본법에 정의된 업종으로 건축물 또는 구조물을 해체할 때 필요하다. 그러나 법적으로 전기공사업법에 따라 시설된 전기시설물은 해체할 수 없다. 태양광발전설비 철거공사로 전기공사업이 아닌 다른 공사업 면허를 요구하는 것이 위법 소지가 되는 이유다. 감전 위험이 있는 전기설비의 철거는 안전을 고려해 전기공사업면허 보유 업체가 담당하는 게 일반적이다.


◆근로자 안전 확보하려면 관련 규정 제정 시급해

업계 전문가들은 전기공사 비전문가들이 전기설비를 다루는 이 상황이 ‘제도의 허점’에서 시작됐다고 분석한다. 태양광발전설비는 엄연히 전기설비임에도 발주처들이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일반 건축물‧구조물로 알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근로자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장치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대책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감전 위험이 있는 전기기계기구 또는 전로의 해체는 통상적으로 전기기술자가 작업한다. 반면 전기가 차단되면 감전 위험이 없는 건축물・구조물은 비계구조물 해체공사업체가 담당한다. 이 두 영역을 나누는 기준은 해체 대상에 ‘전기가 흐르는가 여부’다. 이 기준에 따라 근로자 작업의 위험도가 확연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태양광발전설비의 특성 및 구조상 철거 시 감전의 위험이 상존하는 만큼 전기기술자를 보유한 전기공사전문기업이 해체하는 것이 입법취지에 부합한다고 분석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질병도 초기진료가 중요하듯 문제가 커지기 전에 미리 안전장치를 만들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는 관련 공사의 수가 적지만 앞으로 수요가 늘어날 개연성이 높은데 이에 비례해 감전사고 위험성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그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으려면 지금 제도를 손봐야 한다”고 설명한다.

그는 과거 전기울타리 시공도 지금과 상황이 유사했다고 설명한다. 농촌에서 농작물을 망치는 들짐승들을 퇴치하기 위해 허용됐던 전기울타리는 한때 감전사고로 사회적 문제를 일으켰고 결국 관련 면허 소지자만 설치할 수 있게 규정이 변경됐다. 규정은 바뀌었지만 그 전까지 인명피해를 겪어야만 했고 그 과정에서 전기울타리의 위험성 인식도 나빠졌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사고가 나게 되면 결국 제도가 바뀌겠지만 그렇게 되면 국민들에게 전기공사가 위험하다는 인식만 심어주게 된다”며 “안전과 관련된 문제인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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